*옳고 그름 따윈 없다. 다수는 그저 많은 숫자일 뿐 많다고 정의가 되는 건 아니다. 적음을 무능력하다는 편견으로 뒤집어씌우는 것에 반대한다.
*기술은 인간의 정신을 나약하게 만든다. 기술과 산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삶은 외형적으로 더욱 편리해지지만 안락한 삶에 도취된 인간은 눈앞에 어떤 문제가 나타났을 때 이성적 고뇌로 치열하게 싸워 극복하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도구를 사서 해결하려 한다.
*사람이 체면을 중시하는 까닭은 내세울 인간성이 직분에서 얻은 명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다. 능력이 없으니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도 못하고 그런데 또 권력은 욕심나고 그러니 스스로 자기 이름에 금칠을 해버리는 것이다.
*인생이 고달파지는 까닭은 경쟁적 성공이 행복의 근본 요소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절망은 우리에게 죽음을 보여준 적이 없다.
*행복은 희생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상실 없이는 기쁨이 없고 절망 없이는 진리에 대한 감지도 없다.
*우리는 항상 죽음을 떠올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삶이 허락된 이유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난 자들이다.
*자녀가 태어남으로써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마침내 배우자의 본성 속에 가둬두었던 자신의 본성을 회복할 기회를 얻는다. 부부에게 자녀는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그들이 본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기회인 것이다.
*자녀를 나와 동등한 개인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자녀도 그에 대한 상호반응으로 부모를 개인으로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부모도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개인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자녀는 부모의 모든 것을 자기 소유로 인식해버린다.
*사람들은 사는 게 괴롭다는 말을 쉴 새 없이 반복하면서도 그 지겹고 힘든 삶을 종료시켜 줄 사건과 질병을 회피하기에 여념이 없다.
*젊은 시절 빈곤한 자를 짓밟고 옆자리의 동료를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며 눈에 보이는 모든 지위와 재물을 손에 움켜쥐려던 거대한 욕망은 나이와 더불어 세상에 초연해진다.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만큼 개체로서 완성도와 독립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인간의 나약한 정신은 힘들게 자신의 이해와 통찰을 동원하기보다는 타인이 떨어뜨린 몇 마디 말을 잽싸게 주워 담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몰래 삼킨 후 배설하기를 즐겨한다.
*죽은 자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가 그들이 인정하는 유일한 판단이다.
*인간은 만물 앞에서 자신을 강탈하든지 자기 앞에서 만물ㅇ르 파괴하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존재다.
*현재의 상태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그 수단이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목적은 오직 목적에 의해서만 달성된다.
*인간의 불행 중 상당수는 혼자 있을 수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사회성은 타인의 높은 수준에 맞춰 나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가장 낮은 수준에 맞춰 나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된다.
*고립과 고독은 아마도 이런 사회구성에 질려버린 인간의 영혼이 살기 위해 창안한 고급스러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시대를 초월해야 한다. 현재로 국한된 시제가 전부인 듯 착각하며 살아가기에는 인류가 이룩한 과거의 영광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것을 포기하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짧다. 오늘 사랑받고 싶다면 오늘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나를 사랑한다면 내 영혼이 바라는 나의 모습과 친해져야 한다.
*내면이 비천한 사람은 그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하듯 모든 사람이 자기를 사랑해주고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들과 싸우느니 예의 바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다투는 편이 낫다.
*확실히 이 사회를 이끄는 덕목으로 수탈이 보편화되고 있다. (중략) 실제로 땀 흘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불로소득을 바라는 다수의 사람이 그 같은 삶의 자세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생명은 서른여섯 살까지는 시간의 이자로 살아가고 서른여섯 이후부터는 시간 그 자체를 갉아먹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젊었을 땐 적자가 발생해도 미미해 보인다. 어차피 이자일 뿐이므로 지출이 과해도 걱정되지 않는다.
*인격의 특징 중 하나가 이중성이다. 충고가 필요한 사람일수록 간섭을 싫어하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일수록 동정을 증오한다.
*사람들에게 판단 받고 싶지 않다면 그들이 판단할 수 없는 생활을 하면 간단하다. 그들이 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그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집착하면 해결될 문제다.
*불행이 이미 지나갔는데 자기 징계를 반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불행을 불러오는 비극이 된다.
*인간은 왜 진리를 찾는가. 이 보잘것없는 짧은 생애 동안 진리를 추구했다는 기만이 마음에 평안을 주기 때문이다.
*평안과 안식은 그대에게서 삶의 의지를 빼앗는 적이다. 그대의 삶이 평안과 안식을 누리게 되었을 때 그대의 삶은 사육자의 의지를 따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인간의 가장 중대한 권리는 자신이 겪고 싶지 않은 일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며 자신이 기뻐하는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선택의 자유다.
*부자는 호화로운 저택과 마차, 값비싼 음식 재료들로 우리를 속이려 든다. 이렇게라도 자신들을 포장하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의 경멸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를 비난하는 표정 뒤에서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착취하려는 가난한 민중의 집단폭력은 공동체의 존립을 뒤흔드는 위협이 될 것이다.
*인간은 비겁해졌다.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게 된 만큼 인간은 비겁해졌다. 가치를 몇 푼의 금화로 환산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비겁해지고 추해졌다. 가난이 죄로 여겨지는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비겁해진 인간을 이웃과 친구로 둬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을 용감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삶이 두려워 죽음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이 두려워 삶을 선택한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죽음이 두려워 삶을 선택한 우리들도 용기가 없기는 자살을 선택한 자들과 다를 바 없다.
*약한 피조물은 강한 피조물의 위장을 채워주기 위해 생존을 연명해도 자신의 처지에 낙담하여 스스로 생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생의 허무를 모르는 인간은, 생활에서 고독을 경험하지 못한 인간은 모두 길들여진 타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왕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왕들의 손은 왕관이 씌워진 머리에 의해 움직였다. 왕들의 머릿속에는 생각이 있었고 그 생각은 대부분 해당 시대의 철학자 소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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