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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계약서를 쓰러 동네로 온 첫날. 1시간 정도 미리 도착해 기다리려는데 근처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하나도 없었다. 전에 살던 이태원은 골목마다 카페가 몇 개씩 있었는데 아파트 단지가 이렇게 넓고 유동 인구가 그냥 봐도 많은데 스타벅스 하나 없다는 게 놀라웠다. 찾고 찾아 근처 초등학교 주변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남자 사장님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다가 계약서를 쓰러 갔다. 몇 년이 흐른 지금 그 카페 입구에는 영업을 종료한다며 그동안 사랑해 줘서 고맙다는 쪽지가 붙어 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카페 사장님은 업종을 변경해 떡볶이를 팔았다. 조금 있자 온 가족이 투입돼 사장님은 떡볶이를 만들고 아내와 사장님의 엄마는 꼬마김밥을 말았다. 초반에는 지나가던 초등학.. 2025. 2. 6.
지금 사는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과 부모님이 계신 고향 충북 청주시 복대동 사이의 거리는 143km다. 이 길을 20대 때부터 수도 없이 오갔다. 고속버스를 타고 갔고 기차를 타고 갔다. 지금은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20대 때는 가족이 그리워 이 길을 오갔다. 취업한 뒤로는 효도하러 다녔다. 30세 이후부터는 길 위에 어떤 의무감을 깔았다. 143km 사이에는 늘 이유가 있었다. 부모님께 새 옷을 사드리러 갔고 동생의 생일을 축하하러 갔다. 취업했다며 취업턱을 내러 갔고 할머니가 수술을 앞둬 병문안을 갔다. 143km 위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여러 감정이 깔렸다. 길 위에는 설렘이 있었고 어쩌다 가문에서 유일하게 서울에 자리 잡았다는 허영심이 있었다. 이런 감정은 결혼을 하고 전부 씻겨 나갔다. 더 .. 2025. 2. 2.
2025년 운전 중 애청하는 '노래의 날개 위에' 진행자가 친절하게도 2024년의 마지막 해가 지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무심하게 창밖을 본다. 올해는 이렇게 가는구나. 내년에 어떻게 살건지 고민하기 전 올해를 어떻게 살아냈는지 되돌아본다. 삶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변화는 러닝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큰 장애물이었던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제1의 취미로 자리잡았다. 우연히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경험을 공유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 함께 달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마리나 베이 샌즈, 신주쿠 공원, 오사카성 등 해외도 달렸다. 러닝을 열심히 했더니 신체도 건강해졌다. 몸이 가벼워졌고 체력도 늘었다. 매주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에서 동기가 생겼고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도 됐다. 직장에서는 IT.. 2025.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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