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black bird 2025. 1. 24. 09:54
반응형

운전 중 애청하는 '노래의 날개 위에' 진행자가 친절하게도 2024년의 마지막 해가 지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무심하게 창밖을 본다. 올해는 이렇게 가는구나. 내년에 어떻게 살건지 고민하기 전 올해를 어떻게 살아냈는지 되돌아본다. 삶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변화는 러닝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큰 장애물이었던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제1의 취미로 자리잡았다. 우연히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경험을 공유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 함께 달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마리나 베이 샌즈, 신주쿠 공원, 오사카성 등 해외도 달렸다. 러닝을 열심히 했더니 신체도 건강해졌다. 몸이 가벼워졌고 체력도 늘었다. 매주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에서 동기가 생겼고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도 됐다. 직장에서는 IT 부서에서 만 2년을 채워간다. 올해는 능력과 하는 일에 비해 과분한 사람을 많이 만났다. 사회부, 정치부 때처럼 필사적으로 사람을 찾아다니진 않았다. 흘러가는 대로, 마주치는 대로 만났다. 찾아오지 않으면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관계에서 오는 어떤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소화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지스타 첫날 밤 명함을 100장 넘게 받았다. 지금 기억나는 건 10명 남짓이다. 기억나는 10명도, 흘러간 90명도 삶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관계라는 게 이렇게 덧없다. 사랑의 측면에서는 정말 열심히 놀았다. 파트너와 1박2일로 도쿄에 가서 국내에 없는 옷과 신발을 샀고 일주일간 오사카에 머물며 맛집을 탐방했다. 생일을 맞아 후쿠오카의 비싼 레스토랑을 예약해 난생처음 일본인 웨이터들의 축하도 받았다. 주말에는 한남동 노천카페에 앉아 사람들의 복색을 구경했고 평일 저녁에는 홍대, 합정 인근을 어슬렁거리며 젊음을 엿봤다. 개인적인 삶을 넘어 생각해 보면 올해도 참 다사다난했다. 행복해야 할 연말에 사고로 179명이 명운을 달리했고 도심 한복판에서 자동차가 인도로 돌진해 장래가 촉망되던 사람들이 비명횡사했다. 계엄으로 속세가 혼란하고 집회 시위에 나가는 게 유행처럼 번져 주말이면 광장이 생명의 기운으로 넘쳐나는 가운데 죽음은 우리 주변에 도사렸다. 누군가 사고를 언급할 때마다 소중한 이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우리가 감히 헤아리지 못하므로 슬픔을 말하기보단 수신해서 업보를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을 굳이 말해보자면 더 단단한 삶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침묵의 바닷속에서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도, 그 모습이 한없이 불안해 벌벌 떨리더라도 온전히 감당해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지고 싶다. 필요와 욕심을 구분하고 소유에서 벗어나고 싶다. 역경 속에서도 불행해지지 않을 만큼의 사랑을 마음에 품고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끊임없이 묻는 구도(求道)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겠다.

 

 

반응형